지난 편까지 바디 조각의 순서를 하나씩 말씀드렸습니다. 라인을 가리는 것을 먼저 정리하고, 목표 실루엣을 정해 형태를 만들고, 더할 자리와 뺄 자리를 한 그림 위에서 함께 설계한다는 이야기였고요.

여기까지 왔다면 선은 대체로 잡힌 상태입니다. 그런데 진료실에서 마지막에 한 번 더 확인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 선을 덮고 있는 표면이 선을 따라오고 있는가입니다. 형태와 표면은 같은 자리에 겹쳐 있지만, 다루는 방법은 서로 다른 일이거든요.

조각의 마지막은 형태를 더 다듬는 일이 아니라, 그 형태를 덮은 표면을 형태에 맞게 조이는 일입니다.

형태는 됐는데 표면이 안 따라올 때

바디 시술을 어느 정도 진행하신 분들께서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어깨의 각도 섰고 쇄골도 드러났는데, 사진을 찍어 보면 어딘가 조금 부족하다고요. 가까이서 보면 선은 맞는데 그 위 피부가 살짝 늘어져 보이거나, 만졌을 때 탄탄함이 아쉽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경우는 정리 단계를 거친 분께 특히 자주 보입니다. 라인을 가리던 층이 줄어들면 그 층을 덮고 있던 피부가 남는데, 피부가 줄어든 부피만큼 바로 따라 줄어들지는 않거든요. 팔 안쪽이나 어깨 앞쪽처럼 피부가 얇은 자리에서는 형태가 선명해질수록 표면의 늘어짐이 오히려 눈에 띄기도 합니다.

이때 필러를 더 넣는 건 대개 답이 아닙니다. 필러는 아래에서 형태를 밀어 올리는 일을 하지, 위를 덮은 피부를 조이는 일은 하지 않으니까요. 형태는 이미 충분한데 부피를 더하면, 지난 편들에서 반복해 말씀드린 것과 같은 방향으로 갑니다. 각이 서는 게 아니라 부위가 두툼해지는 쪽으로요. 문제가 있는 층이 다릅니다. 이번엔 아래가 아니라 표면입니다.

즉각 볼륨과 시간을 두고 되살리는 것의 차이

표면을 다루는 방법으로 자주 말씀드리는 것이 PLLA, 폴리-L-락틱산 성분의 주사입니다. 바디스컬트라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는 시술이죠. 주사로 들어가는 데다 이름도 비슷해서 필러의 한 종류로 생각하시는 분이 많은데, 하는 일이 다릅니다.

구분필러 (히알루론산)PLLA (바디스컬트라)
방식겔 자체가 부피가 되어 형태를 만든다성분이 자극이 되어 몸이 스스로 콜라겐을 만들도록 돕는다
변화가 보이는 속도시술 직후부터몇 주에서 몇 달에 걸쳐 서서히
남는 것넣은 겔의 부피성분은 서서히 흡수되고, 만들어진 자기 콜라겐이 남는다
맡는 역할없는 형태를 더한다형태를 덮은 피부의 두께와 탄탄함을 되살린다
어울리는 자리부피가 부족한 자리피부가 얇아지거나 늘어진 표면

첫 줄이 핵심입니다. 필러는 넣은 겔이 그대로 부피가 됩니다. 그래서 시술 직후에 형태가 보이고, 넣은 만큼 결과가 나옵니다. PLLA는 넣은 성분이 부피가 되지 않습니다. 이 성분은 조직 안에서 자극 역할을 하고, 그 자극에 몸이 반응해 콜라겐을 만들어 가면서 피부가 안에서부터 두꺼워지고 탄탄해지는 방향으로 변화가 나타납니다. 그래서 시술 직후에는 오히려 큰 변화가 보이지 않는 것이 정상이고, 변화는 시간이 지나면서 나타나며 그 정도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즉 하나는 지금 채우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되살리도록 돕는 일입니다. 형태가 필요한 자리에 PLLA를 쓰면 원하는 각이 서지 않고, 표면이 문제인 자리에 필러를 쓰면 부피만 늘어납니다. 두 시술이 서로를 대신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즉각 부피로 형태를 만드는 일과, 시간을 두고 표면을 되살리는 일은 서로를 대신할 수 없습니다.
즉각 부피로 형태를 만드는 일과, 시간을 두고 표면을 되살리는 일은 서로를 대신할 수 없습니다.

3~6개월에 걸쳐 서서히, 자기 콜라겐이라 자연스러운 이유

PLLA를 처음 말씀드리면 대부분 두 가지를 물어보십니다. 얼마나 걸리는지, 그리고 자연스러운지요.

시간부터 말씀드리면, 변화는 보통 시술 뒤 몇 주가 지나면서 시작되어 3~6개월 정도에 걸쳐 조금씩 쌓입니다. 콜라겐이 만들어지는 속도가 그렇기 때문이고, 이 속도를 앞당기기는 어렵습니다. 한 번으로 끝나기보다 간격을 두고 몇 회로 나누어 진행하는 경우가 많고, 몇 회가 필요한지와 어느 정도까지 변하는지는 피부의 두께, 나이, 부위, 늘어진 정도에 따라 사람마다 달라서 상담에서는 범위로만 말씀드립니다.

자연스러움은 이 속도와 같은 이유에서 나옵니다. 어느 날 갑자기 부피가 생기는 게 아니라 자기 콜라겐이 몇 달에 걸쳐 차오르는 것이라, 어디까지가 시술이고 어디부터가 원래 피부인지 경계가 잘 생기지 않습니다. 넣은 것이 남는 게 아니라 만들어진 것이 남는 방식이니까요.

다만 이 방식에도 전제가 있습니다. 시간이 걸린다는 점, 그리고 만들어지는 양에 개인차가 있다는 점입니다. 오늘 받고 다음 주 행사에 맞추고 싶다는 목적이라면 이 시술은 맞는 답이 아닙니다. 그런 분께는 다른 순서와 다른 방법을 말씀드리는 것이 맞고요. 시간을 두고 표면을 되살리는 것이 목적일 때 어울리는 방법이라는 뜻입니다.

기다려야 하는 시술이 있고, 기다릴 수 있는 분께 그 시술이 맞습니다. 속도를 정하는 건 제 손이 아니라 피부입니다.

바디 조각의 3단계 — 정리·형태·표면

여기까지 오면 시리즈에서 말씀드린 이야기가 하나의 순서로 정리됩니다.

단계하는 일다루는 층이 시리즈에서
1단계 · 정리라인을 가리는 것을 먼저 치운다형태 위를 덮은 층9편
2단계 · 형태목표 실루엣을 정해 더하고, 솟은 것은 뺀다형태 자체7·8·10편
3단계 · 표면형태를 덮은 피부를 조여 마무리한다가장 바깥의 피부11편

단계라고 해서 모든 분이 셋을 다 거친다는 뜻은 아닙니다. 정리할 것이 거의 없는 분은 1단계를 건너뛰고, 표면이 이미 탄탄한 분은 3단계가 필요 없습니다. 이 표는 해야 할 목록이 아니라 판단하는 순서입니다. 무엇이 필요한지를 어느 층부터 보느냐의 순서이고, 그래서 처음 상담에서 라인을 볼 때 세 층을 따로 나눠서 봅니다.

세 층을 나눠 보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층이 다르면 방법이 달라야 하는데, 한 가지 방법으로 세 층을 다 해결하려 할 때 아쉬운 결과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덮인 것을 필러로 밀어 올리려 하거나, 표면의 늘어짐을 부피로 덮으려 하거나, 솟은 것을 주변에 더 채워서 감추려 하는 식으로요. 지난 편들에서 반복해 말씀드린 어긋남은 대부분 이 자리에서 생깁니다.

도구가 다 있다는 것과 다 하자는 것은 다릅니다

시리즈를 읽으신 분들께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입니다. 정리 단계의 주사와 장비, 형태를 만드는 필러, 방향을 정리하는 보톡스, 표면을 되살리는 PLLA까지, 바디 라인을 다루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런데 방법이 여럿 있다는 것과 그것을 다 하자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오히려 반대에 가깝습니다. 선택지가 갖춰져 있어야 필요 없는 것을 빼고 필요한 것만 고를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상담에서 제가 하는 일은 시술을 쌓는 쪽보다 빼는 쪽에 가깝습니다. 지금 이분의 라인에서 문제가 되는 층이 어디인지, 거기에 맞는 방법 하나가 무엇인지, 무엇은 나중으로 미뤄도 되고 무엇은 아예 하지 않아도 되는지를 정합니다. 필요한 것만 남기면 세 단계가 한 단계로 끝나는 분도 계십니다.

방법이 여럿 있다는 건, 필요 없는 것을 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방법이 여럿 있다는 건, 필요 없는 것을 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시리즈를 시작하면서 바디 필러의 첫 질문은 "몇 cc"가 아니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다섯 편을 지나 다시 같은 자리로 돌아옵니다. 바디 조각에서 물어야 할 질문은 "몇 cc에 얼마"가 아니라 "어떤 순서로, 어떤 형태를"입니다. 가리는 것을 정리하고, 형태를 만들고, 방향을 다듬고, 표면을 조이는 순서 안에서 지금 나에게 필요한 단계가 어디인지, 그 답이 상담에서 나와야 합니다.

어깨, 쇄골, 팔 라인을 두고 고민 중이시라면 "몇 cc가 필요할까요" 대신 이렇게 여쭤보셔도 좋겠습니다. 제 라인에서 지금 봐야 할 층은 어디인가요. 그 답에 순서가 들어 있다면, 라인을 조각으로 보고 있다는 뜻입니다. 여기까지가 바디 필러 시리즈였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